<원이엄마의 사랑편지 소개>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지구 개발과정에서 410년 만에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과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과 배속의 아이와도
생이별을 하였던 안동지방의 양반이었던 이응태(1556~1586)씨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애절한 편지는 조선 중기 젊은 부부의 사랑과 이별에
대하여 마치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는 듯하여 애절하고도 애절하다.
특히, 미이라로 발견된 남편의 관속에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정성을 담고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삼줄기에 섞어 삼은 신발과 함께
마지막 이별하는 남편에 대하여 그리움과 원망이 교차하는 편지도
있었다고 한다.
이 편지는 <원이엄마의 사랑편지>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고고학저널 앤티쿼티(ANTIQUITY) 2009년 3월호 표지에 실리기도 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젊디 젊은 남편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던
조선시대의 젊은 여인이
어쩌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생존해 있는듯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의 마음은 어찌 이토록 같을까 하는 마음이다.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을 꾹 참고 목욕재개한 후에 좋다는 한지를 준비하고
먹물을 갈아 공허함만이 덩그라니 남아있는 빈방에서
뻐꾸기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뒤로하며
이 세상을 떠나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이 세상에 남아있는 자신에 대한 서러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와중에 눈물을 머금고 한자 한자 편지를 붓으로 써내려 갔으리라 본다.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저고리 소매로 훔치며 편지에 눈물이 떨어지면 글씨가
번질 것 같아 제대로 울지도 못했으리라.
더욱이 당대 양반의 아내로 살아야만 했던 유교적 분위기에서는
더욱 양반다움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그래도 <원이엄마> 보다는
보다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행복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결코 <원이엄마>가 불행하였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원이아빠>처럼 <원이엄마>처럼 죽게 마련이다.
어차피 죽되 후회스러움이 보다 적도록 남아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대충 대충 살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러면 지금으로부터 426년 전에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이 세상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더욱이 뱃속에 아이를 뒤로 한 <원이아빠>에게
보냈던 마지막 편지인 <원이엄마의 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지의 크기는 가로 58㎝, 세로 33㎝ 라고 하며 편지글은 당시의
한글본(원본)과 현대적 글로 조정한 편지내용을 소개한다.
July.12.2015 深谷입니다. 學印
<자신의 머리카락을 삼줄기에 섞어 삼은 "미투리(신발)"/안동대학교박물관 소장>
< 원이엄마 편지 원문/안동대학교 박물관 소장>
<현대문으로 편집한 내용>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말할 것 있다 하셨는데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아이보고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마음을 다스리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향만리[人香萬里] (0) | 2015.07.29 |
---|---|
힘내세요! 이 땅의 아빠들! (0) | 2015.07.22 |
내가 살아보니까. (0) | 2015.07.17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0) | 2015.07.09 |
때론 사랑에 희생이 따릅니다 . (0) | 2015.07.08 |